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01월호
기획기사
새로운 주거유형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서울소셜스탠다드 김하나 대표
들어가며
본 연구에서는 기후·기술·노동·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다양한 주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 유형의 특징 및 요건을 정의하고 새로운 주택 유형 사업 방식(공급 방식)의 다양화 및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주택 관련 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준주택으로서 ‘공유생활시설(안)’을 제안하고 이를 용도 지역별(서울의 주거지역, 준공업지역 및 상업지역)로 적용하여 건축법(대지 안의 공지, 내화구조 등 피난시설 기준 등), 주차장법(부설주차장 설치 기준 등), 소방시설 기준, 종합부동산세법 및 관련 지방세법을 통합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공공에서 선도적으로 공급하는 경우와 민간 주택시장의 대응 그리고 그에 따른 도시 경관의 변화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용도별 대상지 및 공급 유형, 운영 방식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도출된 계획안은 향후 시설기준으로써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주택 유형의 필요성
인구 구조 변화 (독립 또는 고립) : 1인 가구의 급증은 단순한 가구 구성의 변화를 넘어 여러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지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단순히 독립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택(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개인화’와 ‘개별화’를 촉진하고 사회 내에서 인간관계의 고립과 단절을 가속하는 매개가 되었다.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인 가족이라는 단위가 해체되고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어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정책 개입이 요청되고 있다. 거주 인원에 따른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삶의 양식을 담을 수 있는 주택 계획 기준이 요청된다. 거주 인원 별 ‘표준가족구성' 상정을 폐기하고, 변경 가능한 구조로 주택을 계획해야 한다. 특히 1·2인을 위한 소형 집합주택에서는 단위면적 당 설비 투자비는 높아지고 PS 등의 고정된 설비 공간으로 공간의 유연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단위 세대들이 연결되는 접점 공간인 복도 등의 공용 공간에 기능과 가치를 더한 설계 단계의 혁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관련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용 공간의 활성화는 계획 단계뿐만 아니라 주택 운영과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주택 문제 전반에 종합적으로 얽혀있다.

[2019 인구총조사(통계청) 표준가족과 그 외 가족의 구성 비율]

1인 가구 1인 가구 30.2%
2인 가구 부부 16.7%
한부모 + 미혼자녀 등 11.2%
3인 가구 부부 + 미혼자녀 14.4%
한부모 + 미혼자녀 등 6.3%
4인 가구 부부 + 미혼자녀 13.2%
기타 2.9%
5인 가구 부부 + 미혼자녀 2.0%
3세대 가구 등 1.7%
total 98.7%
이미지 [공용공간에 기능과 가치를 더한 계획전략]
노동시장 유연성 (복합용도) : 어디에서나 일하고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 다양한 수입 방식에 따른 다양한 삶의 방식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는 한 장소에 오랫동안 안정되게 정주하는 것을 넘어, 최근 주거 수요도 반영할 수 있는 ‘거주 기간’ 을 재고해보아야 할 때다. 새로운 주거유형이 1.주택이 아닌 다중생활시설에 근거한 15.숙박시설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히려 ‘최소거주기간’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런던시는 ‘LSPBSL* -50세대 이상 공유주거 개발’에 있어서 3개월 이상을 최소거주기간으로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은 사무실이 되고, 식당이 되고, 체육관이 되고 영화관이 되고, 방송국이 되었다. 이런 생활양식을 반영하여 다양한 용도가 복합되는 것 또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직, 수평적으로 혼합된 용도는 주거권을 침해하기보다 주거와 일자리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자리 연계형 지원 주택(창업지원주택) 등이 단순히 정책적인 선전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도시 거주 환경의 변화를 바꿀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게 할 것이다.
*Large-Scale Purpose-Built Shared Living 런던플랜에서는 50실 이상의 규모의 내·외부 거주자 편의시설로서 공유공간이 잘 계획  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 (리노베이션) : 2020년은 저소득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다가구주택을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도입한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이는 1990년 관련 법령이 제정된 이후 공급된 대략 45만호, 260만 세대의 소규모 택지 활용을 통한 다가구주택들이 물리적으로 노후화 되어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는 것을 뜻한다. 다가구뿐만 아니라 다세대 주택 등 재생이 필요한 주택들이 점점 늘어갈 것이다. 이런 주택을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서 재개발하는 방식은 지역 경제를 해체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멸실시키고, 소형 주택 공급을 어렵게 만든다. 단지로 도시 기반시설을 사유화하는 폐쇄적인 주거 환경 조성에 대한 비판은 여러 선행 연구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한 용적율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다른 선택은 어렵다. 따라서 저층 주거지 정비에 당장 실행 가능한 실천 수단으로서 새로운 주거유형이 작동하도록 관련 법 개정과 제도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운 주거유형에 관한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특별건축구역제도 적용 대상지 규모를 축소하여 시행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체 (운영) : 본 연구에서 다룬 공유의 개념은 건축 주택과 관련한 물리적인 형태라기보다는 소유와 사용에 관한 것으로, 공유생활시설(안)을 도입·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유와 사용에 관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주택은 분양/매입하거나 빌려 쓰는 두 가지 방식으로만 소유하였으나, 금융의 발달로 토지와 주택을 분리해서 소유하거나, 콘도처럼 시간 단위로 빌려 쓰거나, 긴 시간을 두고 지분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변수로 하여 다양하게 점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사용에서도 전용 내 공유 공간, 공용 내 공유공간을 만들어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 중간의 영역이 있는 집합 주택이 시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공 주도에 의하여 공유형 주거 시범 사업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되었다. 그러나 이들 주택은 거주자 만족이나 도시계획적 적용 여부를 논하기도 전에 주택 면적 계산에 있어 공유 면적을 어디에 포함할지 여부로 다투고 있다. 이 면적은 세금과 연동되어 월세보다 더 중요한 변수로 임대주택의 계획은 주거 수요와 도시에서 요청되는 건축적 형태가 아니라 세금을 가장 많이 감면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은 설계의 영역이 아닌, 단절·분업화되어 생산되는 상품으로서 건축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으며, 민간임대사업자들은 최대 용적과 최대 수익을 위해 획일적인 단위 세대 평면을 조합하여 공급하고, 허가 이후 방 쪼개기 등으로 불법 건축물만 양산하고 있다. 특히 거주민의 차량 소유 여부 확인 등의 입주자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아 한시적으로 완화하였던 주차장 설치 기준의 특례는 지역의 부담으로 갈등의 핵심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정책에 응답하는 주택에 대하여 재정 지원 및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경제주체를 통한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마치며
주택을 양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넘어, 주택을 도심 주거지 정비 사업에, 일자리 정책과 보육·돌봄 등의 복지 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통합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거나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체로서 새로운 주택유형 도입이 필요하다. ‘다가구형 단독주택’은 1990년 건설부 지침상 단독주택으로 정의되었으나 이는 법제화 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준공 후 세금, 전기 누진 등과 관련한 다툼이 많았으며 이는 지금 공유주택 사업자가 겪고 있는 문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되지 않은 중간적 성격을 가진 채 도입, 도시 맥락에 관한 일관된 원칙 없이, 건축 기준의 완화와 강화를 통해 그 공급을 조절하고, 현실에서는 제도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적응 공급되어왔다. 즉 다가구형 단독주택은 관계법령에 의해 등장한 것이 아닌 건설부 지침으로 등장하였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되는 장치가 없었고, 이로 인한 법적 갈등이 수십년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의 도시 경관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의 주거 품질은 더욱더 열악해져 왔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주거유형이 현행 법령체계 내에서의 개선 가능성과 신규 법령체계 마련에 이르는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거주자가 요구하는 새로운 주거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제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