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01월호
현장기사
자연을 느끼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연천국공립어린이집
스튜디오메조건축사사무소 김태영 대표
 [동측 진입도로에서 바라본 전경]

※ 본 원고는 2019년 12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발간한 「건축과 도시공간」 제36호 장소탐방에 필자가 작성한 ‘연천국
   공립어린이집’ 내용을 기반으로 재작성되었음

건축물 개요
-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현가리 57-1 현가근린공원 내
- 용도 : 노유자시설-어린이집
- 대지면적 : 11,452.00㎡
- 건축면적 : 597.97㎡
- 연면적 : 597.97㎡
- 규모 : 지상1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설계 : 스튜디오메조 건축사사무소, (주)메조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 김태영, 이민선
- 시공 : (주)해동건설
- 설계기간 : 2017.10.23.~2018.02.19.
- 시공기간 : 2018.05.23.~2019.03.20.
아이들 보육시설 개선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은 신이 내려준 너무나도 소중한 선물이고,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마을,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와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서 기원한 이 속담이 지금 한국에서 흔히 인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사회적, 환경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도시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아동인구의 감소는 더 큰 문제이다. 중소도시에서 아동인구가 감소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아이들을 보육,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동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영유아를 동반한 젊은 부모 세대들이 정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는 지역 내에서 활발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미취학아동을 위한 기본 보육공간인 어린이집은 공교육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아 유치원이나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연천군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도의 타 시군구와 비교하여 어린이집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고 4개뿐인 국공립어린이집 시설도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개선이 필요하였다. ‘연천 국공립어린이집’은 준공 후 17년이 경과한 건축물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수해피해 후 지속적인 누수 및 균열이 발생되고 있어 신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연천어린이집 원장님을 중심으로 신축이전의 필요성이 논의되었으며, 2017년 연천군 보육아동팀 담당 공무원의 지원과 협력으로 신축 추진이 본격화되었다. 접경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어린이집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홍보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건축공간연구원 공모대행 신진건축사 제한 공모로 진행되었으며 메조를 포함한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설계공모에 참여하였다.
어린이집, 자연을 품다
어린이집은 군청으로부터 멀지 않은 근린공원의 일부를 신축 부지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입지적 특성은 공원의 자연환경을 어린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지만 동시에 공원의 본래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린이집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된다. 때문에 설계공모에서도 공원 내 어느 위치에 어린이집을 배치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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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메조 건축사사무소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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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측에서 내려다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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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측에서 내려다본 전경]

완공된 어린이집은 대지의 북동측 코너에 위치하여 남쪽의 공원을 너른 마당으로 남겨두었다. 동측 도로로부터 차량 접근을 최단거리로 하고 서쪽에 위치한 공원 내 어린이 놀이터와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보육실을 울타리삼아 주위를 둘러싸고 중심에 중정인 플레이그라운드를 배치하여 아이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외부공간, 아이들만을 위한 자연을 품도록 하였다.
자연을 느끼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다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공간이다. 어린이집은 집과 같이 안전하고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아동 당 적정면적과 안전에 대한 최소기준들을 지키는 데에 급급하여 보육실, 유희실, 포복실이라는 이름의 획일적인 보육공간과 놀이공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기준마저도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된 이래 큰 변화가 없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기준들은 어린이집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보장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한편으로는 틀에 얽매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실현되기 어려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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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메조 건축사사무소

 [어린이집 계획을 위한 대지분석 및 기능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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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메조 건축사사무소

 [어린이집 공간계획안]


영유아기는 다양한 체험과 신체활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모험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 아이들의 작은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세상과 관계맺음의 출발이다. 아이들에게 거실과 마당의 구분, 운동과 놀이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아이들은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무한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나간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 자체로 완벽한 교육이며,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한 환경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보육공간에 면하여 실내 유희공간인 플레이홀을 계획하고, 이를 실외 놀이공간인 플레이그라운드까지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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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메조 건축사사무소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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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홀 2-유아활동공간]

플레이홀 1, 2는 영아와 유아로 구분되는 각 보육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인 복도에 비해 매우 넓게 구성되어 있다. 신체활동이 필수인 아이들을 위해 날씨나 대기환경과 관계없이 실내에서도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여, 연령구분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서로 교감하며 또래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중정인 플레이그라운드에 면하는 전창을 계획하여 하루 종일 너른 창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날이 좋을 때는 플레이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더 많은 놀이를 하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다. 보육실과 플레이홀, 플레이그라운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실내와 실외,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느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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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세 보육실-폴딩도어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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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세 보육실-무빙월 수납]


모든 보육실은 하나의 화장실과 자료실, 식수대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구성하였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큰 3~4세 보육실에는 무빙월과 접이도어를 설치하였는데, 제한된 면적 안에서 원내 행사를 위한 대공간이 필요하여 가변적인 평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필요 시 두 개의 보육실을 합쳐 통합수업을 하거나 접이도어를 열어 플레이홀까지 하나의 강당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대규모 원내행사가 있을 시에는 플레이그라운드 쪽에 설치된 접이도어까지 열어 보육실부터 플레이홀을 거쳐 플레이그라운드까지 공간을 확장하여 큰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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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실-눈높이를 고려한 창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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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리시야확보 및 원거리시선차단을 위한 우드루버]


보육실에는 성인과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한 고측창을 계획하여 남측채광을 극대화하고 외부인이 보육실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도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였다. 포켓정원 쪽으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창을 계획하여 정원으로의 시야를 확보하였다. 플레이그라운드와 포켓정원에는 우드루버를 설치하여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면서 공원 밖을 내다보는 근거리 시선은 열어두고 외부인이 어린이집을 바라보는 원거리 시선은 효과적으로 차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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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가든]

실내놀이터, 벽화마을, 숲속 오솔길, 오물조물 모래놀이터, 첨벙첨벙 물놀이터 등 플레이홀과 플레이그라운드에는 다양한 놀이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의 5가지 요소(빛, 바람, 땅, 나무, 물)를 반영한 놀이공간에서 아이들은 직접 자연을 만지고 느끼고 교감할 수 있다. 보육실에 인접한 포켓가든에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벚나무, 단풍나무, 산수유나무를 식재하여 아이들이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포켓가든에는 화단과 텃밭을 가꾸어 아이들이 꽃과 작물의 성장을 돕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과 생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관급공사의 어려움을 말하다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원장님, 선생님들과 회의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여 설계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모당시의 지침서보다 더 많은 화장실이 계획되었으며, 영아 화장실 근처에는 기저귀 거치대를 설치하고 화장실에는 샤워수전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더 많은 면적을 배분하다보니 원장실, 교사실, 조리실 등 운영진을 위한 공간에 여유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에서 연천까지의 장거리가 부담스러웠음에도 직접 감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관급공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테리어공사, 가구, 사인물 제작 등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생각과 달리 공사기간은 관급자재 수급 지연, 폭염 등으로 예정보다 6개월 이상 길어졌다. 지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설계자-감리자-시공자-감독관 모두 긴밀히 협력하며 본 설계안을 최대한 구현하고자 마지막까지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홀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을 위한 이동식 가구 설치 누락, 옥외 놀이공간 데크 마감의 들뜸 현상은 아쉬움이 크며 앞으로도 유지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성장하는 어린이집을 기대하다
완공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건축공간연구원의 좋은공공건축 사례집 발간을 위해 사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안전한 놀이환경, 어린이집의 프라이버시, 다양한 옥외놀이공간 등 여러 항목에서 만족도를 조사하였는데 다행히도 학부모와 운영자 모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원과의 근접성, 놀이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 처음 공모당시 목표했던 설계방향과 개념이 비교적 잘 구현되고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아 설계자로서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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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가든과 플레이홀]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틀에 맞춘 교육방식이 아니어도 규격화된 놀이기구가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통해 자연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며 세상을 배워나간다. 우리는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집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근린공원 속에 놓인 작은 어린이집이 보육공간을 매개로 학부모와 선생님,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공공건축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그리고 건축가에게도 연천 국공립어린이집이 바람직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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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그라운드 전경]